에어프레미아 뉴욕 직항 왕복 항공권을 100만 원대에 발견하고는 제 두 눈을 의심했어요. 그것도 황금연휴로 불리는 추석 시즌에요! 늘 그랬듯 스카이스캐너를 하염없이 새로고침하며 ‘이번 생에 뉴욕은 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떡하니 나타난 거죠. ‘이거 유류할증료는 붙은 가격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해서, 뭔가에 홀린 듯 일단 결제부터 마쳤습니다.

결제를 끝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득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에어프레미아…? 대체 어떤 항공사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제주항공이나 티웨이 같은 익숙한 저가항공사 로고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저처럼 파격적인 가격에 이끌려 낯선 이름의 항공권을 덜컥 구매해버린 분들을 위해, 제가 직접 파헤쳐 본 에어프레미아의 정체를 낱낱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LCC와 FSC 사이 그 어딘가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스스로를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라고 부르더군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이게 뭔가 싶어 찾아봤더니, 대형 항공사(FSC)의 고품질 서비스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합리적인 가격, 이 두 가지의 장점만 쏙쏙 뽑아 합친 개념이라고 해요. 쉽게 말해 가성비를 극대화한 항공사라는 뜻이죠.
주로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제가 구매한 뉴욕 노선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같은 미주 노선은 물론이고, 도쿄, 홍콩, 방콕, 다낭 같은 아시아 주요 도시들도 이미 운항 중이더라고요. 어쩐지 가격은 저렴한데 노선은 메이저 항공사 못지않다 싶었어요.
프리미엄 이름값 하는 특별한 좌석 간격
사실 가장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부분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었어요. 가격을 보면 분명 LCC에 가까운데, 이름은 프리미엄이라니. 뭔가 모순적인 느낌이잖아요? 이 궁금증은 에어프레미아가 내세우는 가장 큰 차별점을 알고 나서야 풀렸습니다. 바로 ‘좌석’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었죠.
일단, 에어프레미아는 모든 항공기를 최신 기종인 ‘보잉 787-9 드림라이너’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꿈의 항공기’라는 별명을 가진 이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보다 기내 압력과 습도가 높아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덜어준다고 해요. 게다가 소음도 적고, 창문도 더 커서 비행 내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좌석 간격이에요. 에어프레미아의 일반 이코노미석(이코노미35)은 좌석 간격이 무려 35인치(약 89cm)나 된다고 합니다. 보통 대한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의 이코노미석이 31~32인치, 저가 항공사는 29~30인치인 걸 생각하면 이건 거의 다른 세상 이야기죠. 10시간이 훌쩍 넘는 장거리 비행에서 이 몇 인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여행 좀 다녀보신 분들은 다들 아실 거예요. 무릎이 앞 좌석에 닿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지잖아요?
인천에서 뉴어크 공항까지 편안한 비행
제가 이용하게 될 뉴욕 노선은 인천(ICN)에서 출발해 뉴욕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EWR)에 도착하는 일정이에요. 보통 뉴욕 하면 JFK 공항을 많이 떠올리시는데, 사실 뉴어크 공항이 맨해튼과의 접근성은 더 좋아서 아는 사람들은 일부러 뉴어크행 비행기를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죠.

물론, 하이브리드 항공사인 만큼 모든 서비스가 대형 항공사 수준일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 후기를 찾아보니 기내식이나 기타 편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조금씩 갈리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100만 원대라는 가격에, 최신 기종을 타고, 비즈니스석 부럽지 않은 넓은 좌석에 앉아 뉴욕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는 점. 이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아쉬운 점들을 모두 덮고도 남는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솔직한 기대와 우려
솔직히 말하면 항공권을 결제하는 순간까지도 ‘혹시 뭐 빠뜨린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에어프레미아에 대해 하나씩 알아볼수록 그 의심은 점차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의 질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 에어프레미아는 정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줄 것 같아요.
혹시라도 저처럼 스카이스캐너에서 에어프레미아 항공권을 발견하고 이게 맞는 건지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진짜 생생한 탑승 후기는 비행기를 직접 타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